In situ
빛의 길로 그리는 공간의 악보
홍정욱은 시각의 기본이 되는 기본도형(삼각형, 사각형, 원)에 관심이 있다. 사실 그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달리 수학적이거나 기계적인 강조에만 머물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흔하게 적용하면서도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고정된 인식의 틀을 되새겨 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홍정욱의 구체는 각 도형의 부분들이 연결되어 다면체를 이룬다. 각각의 면에는 광각렌즈를 끼워 넣고 구체의 중심에서 레이저를 투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 빛들이 통과하는 광선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의 의도이다. 지난 작업에서 그가 제작했던 선과 면 그리고 도형의 결합체들은 엄격한 기하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아날로그적 특성이 엿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빛, 더 정확히 광선에 관한 그의 관심은 그가 다루어 왔던 구조적 선과 그 연결에서 출발한다. 레이저 광선이 투명한 렌즈를 통과하거나 플렉시 미러에 반사되면서 밀집, 분산, 굴절하는 현상을 통제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제되지 않는 의외의 변수를 예측하기 위해 반복 수정된 계산과 실험의 사례는 이와 같은 작업의 결과가 그 과정의 누적된 기록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도형의 기초에서 출발하여 양감과 면을 지닌 구조는 선들의 결합으로 더욱 탄탄한 외골격을 이루고 있다.
이들 구조의 총체적인 인상은 도면의 충실한 형상화를 넘어 선과 면 그리고 볼륨의 협주로 보는 이에게 긴장과 이완의 공감을 유도한다. 드로잉이 화면의 여백을 중요시하듯 홍정욱의 입체는 계산된 형태 밖의 여유로 인해 더 큰 장점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언외언이 될 수도 있는 이런 특성은 그가 작품의 이야기 구조에 특별한 무게를 싣고 있지 않음에도 논리의 차가움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작품의 서정성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홍정욱이 관객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수학적 기초가 절대불변이며 황금률처럼 항상 옳다는 고정관념에서 한 발자국 비껴나 일상에서 현상의 왜곡이 존재함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대상에서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되고 차이를 동질로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평면의 드로잉이 입체로 보여지는 경험도 역시 이러한 학습된 인지구조의 덕분이라는 점을 홍정욱은 흥미로워 한다. 절대라는 개념이 현실에서 사용될 때 결코 순도 100 퍼센트의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동의한다면 그의 작품이 지닌 패러독스와 유머를 발견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전시장의 낮은 조명 속에서 선과 광선으로 이루어진 구체의 연장이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할 때 공간의 표정은 변화하지만 중심의 광원이 움직이는 한계는 존재한다. 계산될 수 없는 감각의 수치와 마찬가지로 이 변화의 여백도 그가 의도하지만 전적으로 통제 가능한 상황은 아닌 셈이다. 수학적 변수가 낯선 기호로 다가오는 데 비해 그의 작업에서 이런 열린 가능성은 흥미와 매력의 얼굴로 친근하다. 우리 모두는 결국 예정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신의 장치라는 점에서 홍정욱의 설치작업은 건조해 보이지만 관객을 따라 공명하는 악기와 닮아있다.
홍정욱에게 이번 전시는 광선과 그 반사를 이용한 시각적 공간연출이자 암실을 수놓는 빛의 향연이다. 결과와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함께 요구하는 그의 작업은 수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의 교집합을 구하기 위한 실험에 가깝다. 논리와 흥미, 그리고 교훈적 가치를 함께 발견하는 현대미술의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의 in situ 에서 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서원영 (김종영미술관 학예연구원)
in situ - the Instrumental Notes of Space
Written with the Route of Rays
Hong Jung-Ouk is interested in the basic geometry of
triangle, square and circle. In fact, his works remind us the frame of
stereo-typed misconception that we often apply in everyday life, which is
beyond their outlooks on mathematical and mechanic emphasis.
The ball in the exhibition is a kind of polyhedron consists
of geometric planes. He intends that the convex lenses installed in every plane
transmit the razor beams projected from the core and we are to observe them. Those
earlier works he created were based on rigid geometric structure as lines,
planes and various figures but still eminent in analog atmosphere.
His interest in lights, more precisely the rays, derives from
his former installations of structural lines and their combination. It
surpasses our imagination that the trial and errors he has invested on pinning
down the instances of accumulation, diffusion and refraction of rays passing through
the lenses or reflecting on the mirrors. Those evidences of repeated
calculations and corrections to speculate the unthinkable factors tell us the
results of his experiments are in fact the layers of very record of the
processes gone through.
The structure with volumes and planes emerged from the
fundamental figurative design stands strong exoskeleton with the combined
lines. The overall impressions on those structures lead us to the mutual sense
of straining and relaxing by the ensemble of line, plane and volume beyond the exact
realization of his design. As space can be more seriously deployed rather than
drawing itself in a frame, we can say that Hong Jung-Ouk’s work takes more
advantages from the outer margin of calculated forms. And the nature of his
work, which can be read between the “rays”, is a part to find its lyricism closer
to amusement rather than a kind of cold logic even though he has not put any
particular emphasis on its story telling scheme.
Basically the viewers’ reactions that Hong Jung-Ouk expects
is a discovery on the distortion of phenomenon in usual life, which can be
realized only when we take a step aside from our stereo typed misconception on
the absoluteness of mathematical golden rules. We are inclined to see only what
we want from the whole outside to generalize any differences into the selfish
common. The experience to see flat lines on the wall as cubic shape is also an
outcome of the learned schematic thinking, which always make the artist feel
interested. If we are all agree to the fact that the absoluteness in real
world’s application can be never 100% pure perfect answer, the paradox and
humor in his work would be clearly seen to us without any difficulty.
When these extensions of the ball react with viewers’
movement in the low-lighted showroom, the expression of space changes within
the limitation of laser source’s movement. Like the unfigured numbers of human
sense, these offsets of changes maybe not totally in his control. Whereas his
mathematical factor come unfamiliar to us, these open-ended possibility of changes
can be accepted as somewhat interest and charming. After all, once we symbolize
that everybody is a marionette of god processing unscheduled life, Hong Jung-Ouk’s
installation resembles an echoing musical instrument with viewer’s movement
though it seems to be a bit dry in a glance.
For Hong Jung-Ouk, this exhibition is a banquet of space
construction with rays and reflections embroidering the dark room. It comes
nearer to an experiment to produce an intersection between math, human and arts
while he is asking us to see the processes through its result. I am eager to
find the clue of contemporary art’s Goldilocks zone nurturing all logics,
interest, and ethical values at once, if only it exist, from his “in situ”.
2013 08 29 SEO WON YOUNG